경기도 광주 곤지암 리조트 모아뮤지움

세상 모든 가치 있는 것을 모아

서울에서 한시간 남짓한 거리에 위치한, 자연을 품은 열린 미술관을 소개한다. 전형적 화이트 큐브 형태에서 벗어나 누구나 부담없이 들러 편안하게 전시를 감상하고 공간을 즐길 수 있는 모아뮤지움이 바로 그곳.

봄꽃 만개한 곤지암리조트 내 화담숲을 찾은 이들의
발길 또한 이어지고 있다.

글 _유주희 기자  사진_박찬우

자연과 예술이 교감하는 열린 미술관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곤지암리조트 내 모아뮤지움MOA MUSEUM은 많은 사람이 좀 더 쉽고 편하게 예술을 만나고 감상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개관한 미술관이다. ‘세상의 존재하는 가치있는 것을 모아 묶음표의 빈 공간에 담아낸다’는 의미에서 ‘모아뮤지움’이라는 정재희 관장이 미술관
설계 단계부터 가장 염두에 둔 것 또한 바로 ‘자연과의 조화’. 모아뮤지움의
건축을 맡은 일본 건축가 가와사키 다카오Kawasaki Dakao는 꼼데가르송의 창립자 레이 가와쿠보Rei
Kawakubo와 협업해 이색적 공간을 연출해온 주인공이다. 일본에서도 주변 환경에
조응하는 공간 설계로 인정받는 그는 ‘인간이 느끼는 풍요로움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면서 환경과의 조화를 우선시하는 건축을 완성했다.

과거와 현재 사이, 빛 속을 거닐다

암실로 들어서자 공중에 매달린 형광 초록빛 탁구공
수천 개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또 다른 전시실로 들어서자
구름 형상을 한 1만 개의투명한 구슬이 마치 샹들리에처럼 천장에 매달려 있다. 크리스털일까, 유리일까? 정답은 아크릴이다.
평범한 아크릴 구슬이 어떻게 크리스털처럼 반짝이는 걸까? 이는 바로 박선기 작가가
‘빛’으로 부린 마법이다.

 오는 7월
9일까지 모아뮤지움에서 열리는 전시 <빛을 걷다: Walk
in the Light>에서 박선기 작가는 새로운 설치작품 ‘조함체’시리즈 네 점과 함께 집 안의 집 콘셉트로 앤티크 램프들과 컬레버레이션한 세 개의 전시 공간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 소개하는 앤티크 램프는 모아뮤지움 컬렉션으로, 대부분 벨기에 발생랑베르Val
Saint Lambert사의 제품이다. 벨기에, 영국, 인도에서 다양한 색상과 크기로 19세기말~
20세기 초에 제작한 크리스털 앤티크 램프. “앤티크 램프는 과거의 시간과 이야기를
머금고 있죠. 재료의 특징을 어떻게 풀어나갈까 고민하다 앤티크 램프 자체가 빛을 밝히는 방식이 아니라,
제3의 빛을 통해 그림자를 만드는 형식으로 작업했어요. 이번 전시는 빛의 반사, 빛의 산란, 빛의 그림자를 다룬
전시예요.” 이번 전시 작품 네 점은 모두 아크릴 거울, 아크릴 구슬,
탁구공 등 일상적 재료를 나일론 줄로 공중에 매단 형태라는 공통점이 있다. “공중에
무언가를 매달면 흔들림은 필연적이죠. 그 흔들림 때문에 자유로워 보이지만 한편으로 긴장감을 유발하기도 해요.
작품을 올려다보면서 감동을 느낄 수도 있고요.” 2백 10개의 아크릴 거울을 중심이 비어 있는 형태로 매단 작품 ‘조합체
20170303’의 중앙에 들어서면 어느 순간 무엇이 진짜 나이고 무엇이 거울 속 나인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순간이 온다.
“거울은 항상 형상을 머금고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에요. 빛에 따라 비추는 그 형상이
시시각각 변한다는 것도요.”

 박선기 작가는 설치미술에서 형태 구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건물이나 창, 보도블록을 보는 순간 직감으로 알아요.
무엇이 잘못됐는지, 어떻게 해야 형태의 균형미를 살릴 수 있는지를요.
모든 아름다움은 균형과 비례에서 시작합니다.” 평범한 재료로 예상치 못한 아름다움을
만드는 것, 깊이 있는 아름다움으로 공간을 채우는 것이 작가로서 자신의 역할이라 말하는 박선기 작가는 오는
10월 밀라노에서 개최할 개인전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

모아뮤지움의 가장 큰 특징은 전시장과 라운지, 카페 등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한 공간에 구현했다는 점이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 시계방향으로 전시 공간을 둘러보고 나면 자연스업게 카페 겸 라운지로 동선이 이어진다.

미술관 후원에는 폴란드 조각가 이고르 미토라이Igor Mitoraj의 조각상이 위치하는데, ‘에로스의 탄생’(1884)이라는 토르소 작품이다. 미술관
중앙 홀에서 넓은 창을 통해 한눈에 들어오는 위치에 자리한 이 작품은 후원과 실내 전시 공간을 잇는 존재. 아트 라운지 내에서는 후원의 작품을 감상하며 독서와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자연과 예술, 휴식을 즐길 수 있는 모아뮤지움에서 가족이 함께 일상에 쉼표를 선물해보는
것은 어떨까?

“오감을 만족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를 모두 담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모아뮤지움 로고의 괄호 문향처럼 모아뮤지움에서 또 어떤 ‘세상의 가치있는 것’을 담는 특별한 전시를 만날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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