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부조로 압착한 입체

김준기(예술학)

박선기는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사물들 가운데 거부감 없이 다가설 수 있는 정감이 가는 사물들을 반부조식 입체로 압착한다. 계단, 필름, 책상과 의자, 돌로 만든 책과 의자, 책과 돋보기, 공구, 축음기, 과일들, 카메라, 트럼펫 등 우리 눈에 익숙하게 다가오는 사물들을 특유의 반부조 형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은 필연적으로 고정된 시점을 강요하면서도 그 시점을 의심하게 한다. 고정된 시점을 찾아 가는 관객들은 대체로 평면화 된 입체를 투시하는 관찰자의 정위치를 찾아 작품을 감상한다. 소실점들의 정중앙에 위치하는 가장 합리적인 시점을 찾아 안정된 감상 포인트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상적인 확인절차를 거치고 나서 이어지는 동선은 압착된 입방체의 사방을 둘러보는 것이다. 이점이 박선기의 작업을 대단히 흥미로운 시선놀이로 만드는 장치이다. 박선기의 작업은 입체조형 작업이 제시하는 견고한 공간과 물질에 대해 관객 스스로 의심하고 되묻는 과정을 거치도록 한다. 따라서 작가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사물로서의 작품을 대하고 있는 관찰자의 상황을 숙고하게 한다.

관찰자의 시점을 고정시켜놓고 그 시점에 따라 평면 위에 사물을 배치하기 위해 고안된 원근법의 견고한 질서는 박선기의 압착입체의 출발점이자 그 틀을 넘어서는 비등점이다. 상하좌우 네 개의 소실점으로 이어지는 원근법을 구사하면서 동시에 그 원근법에 근거해서 만들어진 조작된 입방체라는 점을 확인하게 하는 여타의 절차를 통해서 관찰자의 시점을 교란하기 때문이다. 박선기는 판재를 이용해 압착된 입방체를 만드는 과정에서 부조를 제작할 때 사용하는 소실점에 따른 드로잉법을 적용한다. 특히 대작의 경우는 실재로 동일한 크기의 면일지라도 가깝게 다가서있는 면과 먼 곳으로 물러나 있는 면에 미세한 차이를 둠으로써 회화적 원근법을 직접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좌우로 늘어지는 소실점을 다스리는 수평축의 시선과 위아래 높낮이를 주도하는 수직축의 시선을 적절히 배합한 박선기의 시선은 반부조의 특성과 압착된 입체라는 조형 방법으로 인해 견고한 시점을 넘어서는 가변적인 시선의 유희를 제공하고 있다.

박선기의 시점놀이는 고정된 시점을 제시함으로써 가변적인 시선의 세계로 우리를 끌어들인다. 그것이 일반적인 부조 작품과 박선기의 반부조 입체 작품과의 차이점이다. 그는 나무를 썰고, 붙이고, 다듬고, 칠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 출발은 드로잉이다. 나무 판재 위에 사물의 형상을 그려 넣는 것, 때로는 소실점을 염두에 두고 동일한 면의 크기를 조절해가면서 정교하고 미세한 형상화 과정을 거친다는 것은 일반적인 조소작업의 근육질 게임과는 또 다른 차원의 묘미를 가지고 있다. 박선기는 사물을 재현했다. 그러나 그의 재현 작업은 사물을 변형한 것이며, 따라서 그의 목표는 재현 그 자체가 아니다. 사물을 변형하여 재현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백색으로 표백된 사물들, 그것도 하나의 고정된 원근법적 시점의 질서에 의해 압착된 사물들이 우리에게 제시하는 세계는 고정된 시선의 폭력으로부터 탈피하는 자유로운 시선의 세계이다.

Compressed Solids in Half-relief

Seon Ghi Bahk’s compressed solids start with the robust orders of perspectives. He designs solids in order to arrange objects on a plane according to perspectives while fixing observers’ points of view. He simply goes beyond this framework. Solids are not merely end-products of traditional perspectives using four vanishing points; upward, downward, to the left and to the right but they are deliberately designed objects enough to distract observers’ points of view.

In the process of making compressed solids with plates, Bahk uses drawing techniques of vanishing points to create reliefs. Even though the solids are life size, the observer views each side at a delicately different distance. He simply makes use of perspectives used in paintings. Controlling both a horizontal perspective elongating to the left and to the right, and a vertical perspective of height, he combines these two in compressed solids using half-relief techniques. His solids thus go beyond established points of view and offer us a new outlook on art. You could say Bahk, while presenting us fixed points of view, invites us to change our old views and open our minds to a new dimension of art. This is why his half-relief solids stand out from ordinary reliefs. He saws wood, attaches, polishes and paints. The starting point is drawing. He draws objects on wood plates and makes delicate adjustments to the sides of the objects considering vanishing points. This reveals that his sculpture is more than physical work; it involves a rigorous mental aspect.

Bahk of course represented objects but the objects are transformed; his aim is not at representation itself. Why? With his white colored compressed solids, he allows us to enjoy our points of view free from fixed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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